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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되돌려본다. 2015년 5월, 완월동이라는 이름과 처음 만나게 되었다. 밤이 되면 빨간 불이 켜지는 곳, 성을 사고 파는 곳,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속에 함께 있지만 너무나 낯선 곳, 그 성 안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완월동을 걷는 다는 것은 성매매집결지라는 큰 성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지만, 그 만남의 전제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성산업에 대한 시선을 끊임없이 해체 시키는 행위를 통해서 가까스로 가닿는다.

 

완월동은 한반도 최초의 유곽이 이전하면서 형성된 동네이다. 현재까지 성매매 집결지로 존재하고 있고 완월동이 품고 있는 역사적 시간은 100년이다. 인천 <옐로우 하우스>, 대구 <자갈마당>등 다른 지역의 성매매 집결지, 그 외 한국의 성산업의 현장들 역시 100년에 가까운 시간을 살았다. 그 시간은 저 홀로 살아낸 것이 아니다. 100년 이라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 정치적 흐름 속에 성 산업, 여성들의 시간이 맞물려 있다. 그럼에도 100년의 시간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며, 이 장소들은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방치되어 간다.

 

그렇게 수없이 마모되고 쓸려간 시간 속에서도 여기, 이곳에 여성들의 말과 경험이 수기와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 이 역사적 상처의 기록들은 누군가 마주하기를 요청하는 이야기들일 것이다. 그 이야기에 응답하기 위해서 완월동을 기록한 편지를 써서 바깥으로 발신하는 <완월동 편지>와 언니들의 수기를 재구성하여 개인의 역사를 발견해내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작업들은 오랜 시간 수면아래 잠재워진 언어들을 각자의 자리에서 찾고 발화해보는 수행적 과정을 담고 있다.

 

과거의 사람, 미래의 사람, 지금 만나지 못하는 사람, 시간과 공간을 넘어 내가 알지 못하는 곳까지 완월동, 그리고 여성들의 이야기가 가닿길 바라며, 강렬하면서도 연약한 100년의 발자국을, 직접 걷고 또 걸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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